가만히 멈춰 있는 공을 치는 게 뭐가 어렵겠어? 처음에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매우 가볍게 생각했지요. 움직이는 공도 아니고, 굴러가는 공도 아닌데. 그런데 막상 필드에 나가보니 공을 치기도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쏟아지고,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경기장 구조부터 스코어 용어, 벌타 규칙까지. 이 글은 저처럼 골프를 처음 시작하면서 당황했던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넣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골프 경기장 구조 이해하기
처음 필드에 나갔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건 골프장의 규모였습니다. 18개의 홀(hole)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서 홀이란 티잉 그라운드(teeing ground)에서 공을 쳐서 홀컵(hole cup)에 넣기까지의 한 단위 코스를 의미합니다. 18개가 전반 9홀과 후반 9홀로 나뉘는데, 전반을 아웃코스(out course), 후반을 인코스(in course)라고 부른다는 것도 그날 동료들한테 들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공 몇 번 치고 나간 셈이지요.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또 하나 헷갈렸던 게 있습니다. 출발 지점이 세 군데나 있는 거였습니다. 캐디가 저한테 레이디 티에서 치시면 된다고 했는데, 제일 앞쪽에 있는 그게 레이디 티였습니다. 세 티의 차이는 거리입니다. 백 티(back tee)라고 불리는 가장 뒤쪽은 숙련자용이고, 가운데 레귤러 티(regular tee)는 중급자용, 그리고 제일 앞에 있는 레이디 티(lady tee)는 초보자나 여성 골퍼가 주로 사용합니다. 어느정도 치기 시작하고 필드에 나갔을 때 남자 파트너가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너무 차이 난다. 반칙이야!" 어쨌든 레이디는 거리를 봐주는 게 Merit가 있습니다.
그렇게 티샷을 날렸는데, 동료가 "에이, 러프(rough)야!"라고 외쳤습니다. 러프란 페어웨이 양옆에 잔디를 길게 자라게 둔 지역으로, 공을 치기가 훨씬 까다로운 장애물 구역입니다. 그날 저는 러프가 뭔지, 페어웨이(fairway)가 뭔지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 익혔습니다. 페어웨이는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green) 사이에 있는 잘 정돈된 잔디 구역인데, 쉽게 말해 메인 경기 구간입니다. 그린은 홀컵 주변에 잔디를 가장 짧게 깎아 놓은 구역으로, 퍼팅(putting)을 하는 곳입니다.
2. 스코어 용어 이해하기
처음엔 점수 계산을 캐디가 다 해줘서 저는 그냥 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몇 개 쳤어?"라고 물을 때마다 캐디가 불러주는 숫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죠. 제가 직접 이해하게 된 건 라운드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골프 스코어의 기준은 파(par)입니다. 파란 각 홀에서 정해진 기준 타수를 의미합니다. 홀마다 기준 타수가 다른데, 파3홀은 3번 안에, 파 4홀은 4번 안에, 파 5홀은 5번 안에 홀컵에 넣는 게 표준입니다. 일반적인 18홀 코스는 파3 4개, 파 4 10개, 파 5 4개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체 기준 타수를 합산하면 72타가 됩니다. 이 72 타라는 숫자는 꼭 기억해야 한다고 남편이 강조했습니다.
기준 타수를 넘기거나 줄이면 각각 부르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준 타수 +1: 보기(bogey) — 기준보다 한 번 더 친 것
- 기준 타수 +2: 더블보기(double bogey)
- 기준 타수 +3: 트리플보기(triple bogey)
- 기준 타수 +4: 쿼드러플보기(quadruple bogey)
- 기준 타수 -1: 버디(birdie) — 어린 새를 뜻하는 표현
- 기준 타수 -2: 이글(eagle) — 독수리
- 기준 타수 -3: 앨버트로스(albatross) — 신천옹
- 기준 타수 -4: 콘도르(condor)
- 기준 타수 -5: 오스트리치(ostrich) — 타조
잘 칠수록 더 크고 강한 새 이름을 붙인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저는 그날 이미 100타가 훌쩍 넘어간 상태라 이 용어들이 남의 얘기처럼 들렸지만, 언젠가는 버디 한 번 해보는 게 목표가 됐습니다.
3. OB와 해저드, 벌타 이해하기
동료가 OB(아웃 오브 바운즈, Out of Bounds)를 냈을 때 캐디가 바로 벌타를 알려주는 걸 보면서 규칙을 처음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OB란 페어웨이 경계선 밖으로 공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축구나 농구의 아웃라인 밖으로 나가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이 경우 2 벌타가 주어지고, 공을 쳤던 원래 위치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워터 해저드(water hazard)는 물에 공이 빠지는 경우인데, 여기서는 1벌타가 주어집니다. 워터 해저드란 코스 안에 있는 연못, 개천 등의 수역 장애물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그 외에 샌드 벙커(sand bunker), 즉 모래 웅덩이에 빠져도 벌타는 없지만 벙커 안에서 클럽을 지면에 댄 채 스윙을 준비하면 2 벌타가 나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규칙들은 책으로 읽을 때보다 현장에서 한 번 목격하면 훨씬 빠르게 체득됩니다.
골프에서 가장 독특한 규칙 중 하나는 심판이 없다는 점입니다. 매 홀마다 자기 점수를 스스로 기록하고 제출합니다. 한국프로골프(KPGA)나 미국 PGA 투어에서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며, 고의적으로 점수를 조작하다 적발되면 영구 제명에 가까운 중징계를 받습니다. 그만큼 플레이어의 양심이 골프라는 스포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클럽 개수에도 규정이 있습니다. 경기 중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은 최대 14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15개 이상 사용하면 스트로크 플레이 기준 2벌타가 주어집니다.
4. 골린이 보기 플레이어 되기 목표세우기
골프에서는 실력을 수준별로 부르는 방식이 있습니다. 초급·중급·고급이 아니라 보기 플레이어, 싱글 플레이어, 언더파 플레이어로 나눕니다. 보기 플레이어(bogey player)란 매 홀마다 평균적으로 기준 타수보다 1타 더 치는 골퍼를 의미하며, 18홀 기준으로 대략 90타 전후를 기록하는 수준입니다. 기준 타수 72타에 홀마다 보기를 하면 18타가 더해져 90타가 되는 계산입니다.
싱글 플레이어(single player)는 18홀 기준 73타에서 81타 사이로 라운드를 마치는 골퍼를 말합니다. 72타에 한 자릿수(1~9타)를 더한 범위입니다. 언더파 플레이어(under-par player)는 기준 타수인 72타보다 적은 타수로 경기를 마치는 골퍼로, 일반적으로 프로 선수 혹은 아주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자들이 해당합니다.
제 첫 라운드 점수는 말하기 창피한 수준이었습니다. 100타는 진작 넘어갔고, 그래도 OB 없이 마무리한 게 소소한 성과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습장에서 제법 친다고 생각했는데 필드는 완전히 다른 세계더군요. 당분간의 목표는 보기 플레이어입니다. 매 홀 기준 타수에서 1타씩만 줄여도 90타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방향이 명확해진 느낌입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다면 규칙과 용어를 한꺼번에 외우려 하기보다 필드에서 하나씩 맞닥뜨리면서 익히는 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러프에 공이 빠지는 순간, OB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이 모두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저처럼 아직 스윙도 어색한 분들이라면 일단 공을 앞으로 보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일단 나가보세요. 배울 게 많습니다.
